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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국사봉-100202충청도 2010. 2. 2. 18:20
방아실입구->꽃봉<-국사봉-어부동
대청호 둘레산
국사봉(319.7m)~약해산(221m)
대청호 둘레산의 진면목은 여기서 확인하라!
국사봉과 약해산은 버스정류장이 있는 와정삼거리(방아실입구)를 축으로 북쪽으로 V자 형태의 산줄기를 뻗고 있다. 두 산은 산세가 험하지 않고 거리도 길지 않은 편이라 하루에 이어서 오르내리기에 딱 좋다. 국사봉은 긴 능선을 걷는 내내 탁월한 조망을 보여주고 약해산은 훤히 트이는 조망지는 드물지만 대신 산길을 걷는 맛이 탁월하다. 또 끝에 있는 탑봉을 지나 대청호반까지 내려갈 수 있어 이색적인 산행이 가능하다.
국사봉~약해산 산행들머리로는 국사봉 북쪽의 어부동이 제격이다. 최고봉인 국사봉에 오르기도 수월하고 국사봉을 내려서면서 대 청호와 어울린 주변 산들의 파노라마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산세도 그렇다. 또 약해산은 대청호반으로 내려섰다가 길을 되짚어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뒤로 잡는 게 적절하다.
국사봉은 버스가 서는 어부동 우정횟집 앞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가드레일 사이로 트인 곳이 들머리다. 밤나무와 참나무가 섞인 사면을 따라 5분 오르면 무덤 하나를 만나고 여기서 왼쪽으로 꺾여 능선을 따른다. 무덤을 지나면서는 등산로 주변으로 리기다소나무가 쌈지에 꽂힌 바늘처럼 빼곡하다. 늦가늘은 황금빛 소나무 낙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기다. 색이 알록달록치 않아 사람을 현혹하지는 않지만 누런 그 빛깔이 풍기는 멋스러움은 특유의 향과 함께 품격마저 느껴진다.
솔가리를 잔뜩 덮고 있는 광산김씨 무덤을 만나면 정상은 지척이다. 국사봉 정상은 부근에 절이 있었다고 해서 '절재' 라고도 부른다. 일대에서는 신령한 대접을 받는 산인 듯, 정상에는 돌계단과 함께 당산나무로 대접받는 굵은 참나무도 있다. 삼각점 옆에 세워진 작은 빗돌 뒤에는 '전국명산 300개 산행기념 이단우' 라고 적혔다. 오색 천을 두르고 한껏 폼을 잡은 참나무 옆에는 비슷한 굵기의 참나무가 있었는데 허리가 부러진 채 지금은 그루터기만 남았다.
고향 뒷동산 같은 산길의 매력
국사봉 정상에서 동남쪽으로 길이 이어진다. 곧 어른 키만한 돌무더기가 나오더니 껍데기가 거뭇거뭇 탄 소나무가 능선 곳곳에 흉하게 서있다. 불은 순간에 지나지만 흔적은 길고도 고통스럽다. 더러 죽은 나무도 보이지만 허벅지 굵기의 소나무들이 숯덩이 같이 시커먼 모양을 하고도 살아남은 게 고맙고도 다행스럽다.
정상에서 5분이면 전망이 탁 트이는 바위를 만난다. 양쪽으로 대청호에 둘러싸여 와정으로 뻗어간 나지막한 능선이 정겹다. 능선 끝의 꽃봉(284m) 너머에는 고리봉이 큰 덩치를 자랑하며 솟았다. 고리봉은 579.3m로 그리 높지 않지만 대청호에 발치를 담근 산 중에서는 최고다. 국사봉에서 내려서다가 보면 더 크고 높아 보여 눈길을 끈다. 오른쪽으로 약해산 줄기도 한눈에 들어오고 약해산과 국사봉 사이 주촌동 일대가 바닷가 마을처럼 낭만적으로 보인다. 왼쪽은 푸른 대청호와 어울린, 높지 않은 충북의 산들이 어루만지고 싶을 만큼 정겨운 풍경을 펼쳤다.
전망바위를 지나서 길 찾기에 주의해야 한다. 무심코 내려서면 오동마을이 나온다. 와정 삼거리는 왼쪽 대청호에 바짝 붙은 산줄기를 따른다. 다소 가파른 구간이 끝나면 나주김씨 무덤이 나오고 거기서 다시 가파른 내림길을 얼마간 내려서서야 좌우로 옛길 흔적이 뚜렷한 안부가 나온다.
이후 광산김씨 무덤과 몇 곳의 안부를 만나며 200m가 못되는 낮은 산줄기가 남쪽으로 길을 이어간다. 길이 너무 순해 딱 산책분위기다. 일행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주변 풍광도 즐기며 걷기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산길이다. 능선은 화살이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리기다소나무들이 빼곡하다.
꽃봉으로 능선이 갈리는 부근에서 또다시 산불이 났던 지역을 만난다. 이번은 흔적이 좀 넓다. 불에 타고 둥치만 남은 나무도 꽤 보여 을씨년스럽다. 산불이 할퀴고 지난 산등성이에는 싸리나무들이 새로 뿌리를 내렸다. 꽃봉 갈림길에는 비석이 없는 무덤 두 기가 있다. 무덤에서 5분 가면 다시 길이 갈린다. 직진하면 대정분교 뒷산으로 이어지고 와정은 오른쪽으로 간다. 이곳에서 와정(왜정이) 삼거리까지는 신안주씨 가족무덤을 지나 10분이 채 안 걸린다.
와정 삼거리에 있는 버스정류장 건너가 약해산 들머리다. 들어서면 곧 잘 가꾼 전주이씨 가족묘가 나오고 그 뒤로 산길이 이어진다. 조금 가면 오른쪽으로 조망이 트이며 지나온 국사봉 일대가 훤히 보인다.
삼거리에서 10분이면 오른쪽으로 무덤 3기가 나오는데 길은 여기서 왼쪽으로 꺾인다. 이후 228봉을 지나 옛길이 남아있는 안부까지는 30분 걸린다. 길이 정겹고 좋아 산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안부에서 약해산 정상은 10분 거리다. 숲에 가린 정상은 별다른 특징이 없다. 여기서 되돌아가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산행코스다.
약해산 북쪽 능선을 따라 길은 계속 이어진다. 숲어 우거졌지만 길이 선명하다. 5분이면 나지막한 봉우리를 앞두고 왼쪽으로 능선이 갈린다. 갈라진 능선이 밋밋해 놓치기 쉬우니 세심히 살펴야 한다. 꺾인 후 5분이면 마지막 봉우리인 탑봉(140m)에 닿는다. 이름과는 달리 탑이 없고 특이할 만한 특징도 안 보인다. 약해산 서쪽으로 '내탑동'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을 보니 대청호가 생겨 수몰되기 전에는 근처에 탑이나 절이 있었던 같다.
탑봉에서는 다시 돌아나와야 한다. 탑봉이 대청호반으로 이어지는 산길에서 10m 정도 떨어저 있기 때문이다. 탑봉에서 15분 더 가면 푸른 물결 찰랑대는 대청호반을 만난다.
*산행길잡이
어부동-(30분)-국사봉-(30분)-광산김씨 무덤-(35분)-산불지역-(20분)-와정마을 앞 삼거리-(30분)-228봉-(20분)-약해산-(5분)-능선 갈림길(왼쪽으로)-(15분)-탑봉-(10분)-대청호반
대청호 둘레에서도 손꼽을 만한 명품산길
국사봉과 약해산은 모두 높이가 부담스럽지 않고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다. 그러면서도 숲이 울창해 심산에 든 느낌마저 든다. 또 금으로도 사지 못할 만큼 멋진 풍경이 연이어져 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국사봉 능선은 571번 지방도가 나란히 뻗어있어 여차하면 20분 내에 탈출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매력적인 것은 산길이다. 순하고 정겨워 가족나들이로 제격이다. 국사봉이나 약해산 중 한 곳만 택해서 산행해도 좋다. 국사봉은 어부동에서 출발해 정상에 올랐다가 낮고 완만한 산세를 보이는 남쪽 능선을 따라 내려서는게 좋고, 반도 형태인 약해산은 들머리 와정에서 북서쪽 능선을 따라 올랐다가 되돌아와야 한다. 국사봉은 전체적으로 조망이 시원스럽고 국사봉을 빼면 산세가 부드럽다. 약해산은 산길 걷기에 더없이 좋다. 국사봉은 2시간, 약해산은 왕봉 3시간쯤 걸린다.
*교통
대전역을 출발해 회남을 오가는 63번 시내버스가 와정과 어부동에 모두 선다. 1시간10분마다 한 대 꼴로 다닌다. 대전역에서 어부동까지는 1시간10분 걸리고 요금은 1150원이다. 산호교통 042-285-8057.
참고:월간<사람과산> 2009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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